거제도 해안의 특이질병, 해수욕 후 발생하는 '해양세균 외상 감염' 사례
청정 바다에도 숨어 있는 위협, 해양세균 감염이라는 특이질병
거제도는 남해안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여름철이면 수많은 관광객들이 구조라해수욕장, 와현해수욕장 등 맑고 깨끗한 해변을 찾아 모입니다. 푸른 바다와 갯벌, 조용한 섬 풍경은 사람들에게 평화와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이 아름다움 뒤에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특이질병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해양세균에 의한 외상 감염', 특히 피부에 상처가 있는 상태로 바닷물에 접촉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감염성 질환입니다.
이러한 감염은 단순한 피부 트러블이 아닌, 심각한 세균성 염증, 패혈증, 심하면 사지 절단까지 이를 수 있는 급성 감염 질환입니다. 최근 몇 년간 거제도 일대를 중심으로 해수욕이나 해양 레저 활동 후 감염 증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특히 장시간 바닷물에 노출되거나 조개를 채취하던 도중 경미한 찰과상을 입은 사람들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이러한 감염병은 여름철 해수 온도 상승과 관련성이 크고, 미생물 농도가 높아지는 7~9월 사이 집중적으로 발생합니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감염을 흔히 비브리오균 감염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Vibrio vulnificus) 외에도 에어로모나스(Aeromonas spp.), 슈도모나스(Pseudomonas spp.), 심지어 해양 아시네토박터(海洋 Acinetobacter) 같은 다양한 해양세균이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생물들은 바닷물 속에 자연적으로 서식하며, 물리적 상처를 통해 인체로 침입하여 급성 염증을 유발합니다.
해양세균 감염의 증상과 진행 경로, 조기 대응이 핵심
해양세균 감염은 감염 초기에는 일반적인 피부 트러블이나 발진, 통증 정도로 느껴지지만, 시간 경과에 따라 급속도로 진행되며 심한 경우 24~48시간 내 패혈증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체온이 상승하고, 감염 부위가 붉게 부풀고 통증이 심해지며, 물집이 생기거나 괴사조직이 형성되는 경우는 즉각적인 응급조치가 필요합니다. 이런 감염은 기저질환자, 고령자, 간질환자, 당뇨병 환자에서 더 치명적으로 작용하며, 치사율이 30% 이상에 이릅니다.
거제도 해안에서 발생한 감염 사례 중 일부는 해변에서 바지락을 캐던 중 손에 작은 상처가 난 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해수욕을 지속하다 이틀 만에 전신 패혈증으로 병원에 입원한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단순한 붓기였지만, 다음날부터 고열과 함께 감염 부위가 보라색으로 변색되었고, 결국 절단수술까지 이어졌습니다.
진단에 있어 또 하나의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수욕 중 받은 작은 상처를 감염 가능성과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감염 증상이 상처 부위와 멀리서 발생하거나, 해수욕 이후 2~3일 뒤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더욱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조기 진단과 치료를 지연시키며, 감염병이 단순 염증에서 전신성 중증 질환으로 악화되는 중요한 원인입니다.
일반적인 피부 연고나 항생제로는 이들 해양세균에 효과가 없으며, 특히 항생제 내성을 지닌 해양세균의 경우에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병원에서는 혈액배양 검사, 상처 조직 검사, 광범위 항생제 투여 및 괴사조직 절제와 같은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며, 감염 진행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24시간 이내 대응이 생사를 가르는 요소가 됩니다.
거제도 해안 환경과 특이질병의 지역성
거제도의 지형과 해수 환경은 해양세균 감염병이 지역 특이질병으로 분류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 지역은 수온이 빠르게 상승하는 반폐쇄형 해수역, 즉 만(灣) 구조의 해변이 많고 수질의 정체 현상이 흔한 지역입니다. 특히 해수욕장이 위치한 해안가 주변에는 바위, 조개껍질, 불규칙한 바닥 구조 등으로 인해 피부 손상이 발생하기 쉽고, 동시에 이러한 조건은 세균의 생육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합니다.
또한 거제도는 전국적인 조개잡이 명소로 유명해, 직접 손으로 갯벌을 파거나 맨발로 걸어 다니는 행위가 빈번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찰과상이 해양세균의 침입로가 되는 셈입니다. 특히 외도, 구조라, 망치해변 등 일부 지역은 수온이 높고 수심이 얕은 환경 때문에 세균 밀도가 높아지는 시기에는 ‘고위험 경보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합니다.
거제시 보건소와 해양경찰청은 매년 여름철 해양수질 조사와 함께 비브리오균 감시 체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는 주로 수산물 안전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피부 접촉 감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나 대응 체계는 아직 미비한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여름철 폭염으로 인해 해수온이 28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날이 증가하면서 미생물 증식 환경이 더욱 좋아지고 있고, 이에 따라 특이질병으로서 해양 외상 감염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예방을 위한 실천 방안과 지역적 대응 과제
해양세균 외상 감염은 치료보다 예방이 훨씬 중요합니다. 특히 거제도와 같은 해안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다음과 같은 예방 수칙을 숙지해야 합니다.
- 해수욕이나 조개 채취 전에 피부에 상처가 있는 경우 바닷물 접촉을 피하기
- 맨발, 맨손 작업 자제, 바닷물에 들어갈 때는 아쿠아슈즈, 장갑, 긴소매 착용
- 해수욕 후 반드시 깨끗한 물로 전신 세척, 상처 부위는 소독 후 밴드로 밀폐
- 해수욕 후 48시간 이내 발열, 통증, 피부 부종, 변색 증상 발생 시 병원 방문
- 어린이, 노약자, 기저질환자는 해양활동 시 보호자 동반 및 주의 필수
또한 지자체 차원에서는 해변 안전지대와 고위험지 구분, 세균 밀도 경보 시스템 구축, 해변 의료인력 상주 또는 응급 대응소 운영 등이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감염 후 조치 중심이 아니라, 감염 전 단계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 특수성에 맞는 방역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이러한 외상 감염은 기후변화에 따라 해양 생태계가 변하면서 더욱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따라서 지자체와 관광객 모두가 이 감염병을 단순한 해수욕 부작용이 아닌, 지역 고유의 ‘특이질병’으로 인식하고 공동 대응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 방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