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자주 발생하는 특이질병 '렙토스피라증', 감염 경로와 예방법
렙토스피라증 : 제주도에서 빈번한 특이질병
렙토스피라증은 ‘렙토스피라(Leptospira)’라는 나선형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주로 감염된 동물의 소변에 오염된 물이나 흙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됩니다. 이 질환은 열대 및 아열대 기후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남부지역에서 발병률이 높습니다. 특히 제주도는 고온다습한 기후와 연중 강수량이 풍부하고, 논·밭, 목장, 계곡, 하천 등 습한 환경이 널리 분포되어 있어 렙토스피라균이 서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균의 생존 기간을 연장시킬 뿐 아니라 감염 경로를 다양화하는 원인이 됩니다.
게다가 제주도는 농축산업 비중이 높고, 관광객 및 주민의 야외활동이 많아 사람들의 노출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큽니다.
예를 들어, 감귤밭 작업 중 진흙에 손이 닿거나, 비 오는 날 논두렁을 걷다 흙탕물에 상처가 노출되는 등의 상황은 매우 흔합니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렙토스피라증은 제주도 보건당국에서 지역 기반 특이질병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매년 장마철이나 태풍 이후에는 감염 주의보가 발령됩니다.
일상 속에서 감염되는 렙토스피라증: 주요 감염 경로와 증상
렙토스피라증의 감염 경로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합니다. 감염된 쥐, 개, 소, 돼지 등 동물의 소변이 흙이나 물에 섞이면 그 자체가 오염원이 됩니다. 이후 상처가 있는 피부, 또는 눈, 코, 입의 점막을 통해 세균이 체내로 침입합니다. 감염은 고인 물, 습한 흙, 논물, 배수로, 축사 주변 등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맨발로 걷거나 맨손으로 작업하는 등의 행위는 감염 확률을 더욱 높입니다. 제주도는 특성상 계곡이나 밭 근처에서 맨발로 일하는 농민, 목장 근로자, 하천 정비 인력, 캠핑객 등이 위험군에 해당합니다.
감염 후 잠복기는 보통 5일에서 14일이며, 첫 증상은 일반 감기와 유사해 간과되기 쉽습니다. 고열, 두통, 근육통, 오한, 구토 등이 대표적인 초기 증상이며, 특히 종아리 근육이 뻐근하게 아픈 것이 특징입니다. 중증으로 진행되면 황달, 폐출혈, 신부전, 심한 경우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드물게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실제 국내에서도 렙토스피라증에 감염된 환자 중 일부는 신장 투석이나 집중 치료를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감염 후 증상이 다양한 질환(독감, 장염, 간염 등)과 혼동될 수 있어 조기 진단이 어렵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야외에서 작업하거나 여행 후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감염 사례와 방역 대응 체계는?
제주도 보건당국은 렙토스피라증을 계절성 특이질병으로 분류하고 매년 7~10월 사이 집중적으로 모니터링을 시행합니다.
특히 폭우 후, 축산물 박람회, 농번기 시즌 등 대규모 야외활동이 이루어지는 시기에는 보건소 중심으로 선제적 방역 활동과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0년 이후 제주도에서는 해마다 렙토스피라증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확진자 중 약 70%는 농업이나 환경 관련 업종 종사자였습니다. 감염자 중 다수가 초기에 감기를 오인하거나 단순한 몸살로 생각해 병원을 늦게 방문했으며, 일부는 입원 치료를 요할 정도로 중증으로 발전했습니다.
이에 대응해 제주 보건소와 질병관리청은 고위험군에게 보호장비 착용, 오염 가능 지역 출입 자제, 설치류 퇴치 등의 예방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며, 감염자 발생 시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역학조사 및 소독, 설치류 조사를 병행합니다. 또한 일부 보건소에서는 렙토스피라증이 의심되는 경우 간이진단 및 PCR 검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조기 발견 시 항생제 치료를 통해 대부분 완치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질병에 대한 대중 인식이 낮아 감염 의심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점에서 렙토스피라증은 제주에서 의료 접근성과 인식 개선이 동시에 필요한 특이질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렙토스피라증을 예방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렙토스피라증은 예방이 가능한 질병입니다. 제주도처럼 위험지역에서는 특히 생활 속 예방 수칙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선, 야외작업이나 축사·계곡·하천 등 습한 장소에 출입할 때는 반드시 장화, 고무장갑, 긴팔 긴바지 등의 보호 장비를 착용해야 합니다. 손에 상처가 있다면 방수 밴드나 붕대로 감싸고, 작업 후에는 흐르는 물과 비누로 손과 발을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고인 물이나 진흙에서 피부 접촉을 최소화하고, 눈·코·입을 손으로 만지는 습관을 피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한, 가축을 기르는 농가는 정기적으로 축사를 소독하고, 설치류 유입을 차단해야 하며, 가능한 경우 렙토스피라 백신을 접종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음식과 식수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야외에서 제공되는 식음료나 계곡물은 끓여 마시거나 생수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렙토스피라증은 사람 간 직접 전염은 드물지만, 감염자의 체액이나 배설물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개인위생을 철저히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제주도 보건소에서는 매년 고위험 지역에 예방수칙 안내문과 포스터를 배포하고 있으며,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무료 진단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예방의 핵심은 바로 감염 경로를 알고, 노출을 줄이고, 증상에 빠르게 반응하는 것입니다.
렙토스피라증은 제주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조용한 위험’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알고 준비하면 누구나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감염병입니다. 이제는 렙토스피라증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우리의 지역 특이질병으로 인식하고, 사전 예방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