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질병

울릉도 거주민에게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특이질병, '해풍 알레르기 접촉피부염'

sudi-news 2025. 7. 22. 07:12

외딴섬의 바람이 전하는 의외의 위협, 해풍이 만든 특이질병

 울릉도는 연중 강풍이 불고, 해풍의 염분 농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동해안의 대표적 도서 지역이다. 해안 절벽과 바다 사이에 위치한 울릉도 주민들은 바람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이 일상이지만, 최근 수년간 이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해풍 알레르기 접촉피부염’이라는 특이질병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접촉피부염과는 다른 양상으로, 특정 계절 또는 기상 조건에서만 증상이 악화되며, 다수의 주민들에게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지역성 질환의 일종으로 간주되고 있다.

해풍 알레르기 접촉피부염, 울릉도민에게서 나타날수 있는 특이질병

 

 해풍 알레르기 접촉피부염은 바닷바람에 포함된 염분, 조류의 미세입자, 바다에서 날아드는 꽃가루성 항원, 해양성 미생물 등이 피부에 직접 닿으면서 생기는 비면역성 또는 지연형 면역 반응성 염증 질환이다. 울릉도처럼 바람이 강하고 습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해풍의 입자 농도가 높아져, 알레르기 반응의 유발 빈도가 일반 내륙 지역에 비해 현저히 높아진다. 특히 피부가 민감한 노약자나 피부장벽이 약해진 어린이·성인 여성들 사이에서 더 흔히 나타나며, 증상으로는 얼굴, 목, 손, 팔 부위의 홍반, 가려움증, 수포성 발진 등이 포함된다.

 

단순한 피부질환을 넘어선 지역성 환경병

 이 특이질병이 단순한 피부 트러블을 넘어 주목받게 된 계기는 바로 그 지속성과 계절성, 그리고 지역 집중성에 있다. 대체로 봄과 가을, 특히 3월~5월, 9월~11월 사이 울릉도 주민들은 동일한 시기에 피부 트러블을 호소하며 지역 의료기관을 찾는다. 초기에 단순 건조증이나 습진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많지만, 해풍이 강한 시기에 외부 활동을 한 후 증상이 나타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이를 ‘해풍 유래 피부자극 반응’으로 인지한 일부 의사들이 역학적 조사와 문헌 검토를 통해 지역 기반 특이질병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해풍 알레르기 접촉피부염은 일반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과 달리, 특정 항원에 의한 면역 반응보다는 복합 환경자극(염분, 바람, 온도, 습도, 미생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피부장벽을 자극하는 기전이 크다. 피부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이는 기후성 피부질환과 면역 교란성 자극의 혼합 형태로 분류할 수 있으며, 그 병리적 특성상 피부과적 치료 외에 지역 환경 요인 차단이 병행되지 않으면 재발률이 매우 높다. 특히 울릉도는 섬이라는 특성상 해풍의 유입을 완벽히 차단하기 어렵고, 지속 노출되는 인구가 고령층 중심이라는 점에서 이 특이질병은 공중보건적 대응이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의료자원 취약지에서의 특이질병 관리의 어려움

 울릉도는 지리적으로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이다. 피부과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경미한 증상은 민간요법이나 약국에서 자가치료로 대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해풍 알레르기 접촉피부염의 경우, 자가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지속 노출 시 만성화되어 피부의 착색, 태선화, 이차 감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울릉도 보건소 및 지역 의원들에서는 이 질환을 ‘기후 기반 반복성 피부질환’으로 보고, 계절별 주의보 발령과 예방 수칙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예방과 관리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해풍 자체를 차단하기는 어렵고, 개인이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린다고 해서 완전히 노출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농어업에 종사하는 고령 주민들은 야외활동을 중단하기 어려우며, 장시간 해풍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피부 질환의 만성화뿐 아니라 삶의 질 저하, 수면장애, 정신적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울릉도 지역에서는 실제로 고령 여성 주민을 중심으로 해풍성 피부염과 불면증, 우울감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섬 지역 고립감과 맞물려 더욱 취약한 건강 환경을 만들고 있다.

 

섬 지역 특이질병에 대한 공공의료적 접근 필요

 울릉도의 해풍 알레르기 접촉피부염은 섬이라는 공간적 특성과 기후환경의 특이성이 만나 생긴 지역 특화 질병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피부 질환과 구분되는 공공보건적 접근이 요구된다. 장기적으로는 울릉도 지역을 ‘해풍성 특이질병 감시지역’으로 지정하고, 계절별 피부 건강 모니터링 및 무료 피부과 검진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기후환경의 영향에 취약한 군(群)에 대해 맞춤형 피부보호 프로그램, 예를 들어 해풍 차단 크림 무상 제공, 기능성 의류 보급, 야외활동 시기 조절 가이드 등의 구체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또한 섬 지역 의료 자원의 확충도 병행되어야 한다. 피부과 전문의의 순환 진료 확대, 텔레의료 시스템을 활용한 피부질환 실시간 상담 서비스 운영, 해양기후성 질환 연구 기반 마련 등도 고려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들에게 이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지속적인 인식 개선이다. 단순한 ‘피부 트러블’이 아닌, 울릉도라는 환경에서 비롯된 반복성 피부질환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조기 진단과 적절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 해풍 알레르기 접촉피부염은 앞으로 기후변화와 해양 미세먼지 증가로 인해 전국의 연안 지역에서도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선제적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