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신도시 입주민 사이에서 보고된 특이질병, '신축건물증후군 유사 호흡기질환'
새집 냄새의 불편한 진실, 신축 아파트와 함께 찾아온 호흡기 이상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서 최근 수년간 폭발적인 신도시 개발이 이루어졌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상업시설이 속속 들어서며 젊은 세대와 가족 단위 입주가 활발히 이루어졌지만, 입주 초기부터 입주민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호소되는 호흡기 질환 증상이 주목을 받았다. 이는 단순한 먼지나 환기 부족이 아니라, 새 건물에서 방출되는 실내 화학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신축건물증후군 유사 호흡기질환’이라는 점에서 특이질병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 질환은 주로 콧물, 재채기, 인후통, 두통, 가슴 압박감, 기침, 눈 따가움, 피로감 등을 동반하며, 특히 실내에서 일정 시간 이상 머문 후 증상이 악화되고 외출 시 호전되는 경향을 보인다. 일부 주민은 호흡곤란이나 숨참 증상을 경험하기도 하며, 가족 중 소아나 노인이 있는 경우 증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는 공통적으로 입주 초기, 즉 신축 아파트 완공 직후에 발생하며, 인테리어 후유증이나 새 가구의 VOC 방출까지 더해져 더욱 복합적인 화학물질 노출 상황을 초래한다.
‘신축건물증후군’의 화학적 원인과 호흡기 손상 기전
신축건물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은 WHO에서 명시한 환경성 질환으로, 밀폐된 건물 내에서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는 실내 환경 유해인자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새로 지은 건물에서는 포름알데히드, 벤젠, 톨루엔, 자일렌, 플라스틱 접착제, 합성목재에서 나오는 VOC(휘발성 유기화합물)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들 물질은 호흡기 점막을 자극하고, 반복 노출 시 염증반응과 기관지 과민성을 유발해 천식 유사 증상이나 만성 기관지염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
세종시 A단지 입주민 132명을 대상으로 한 지역 보건소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입주 후 3개월 이내 호흡기 이상 증상을 경험한 비율이 38%에 달했고, 그 중 65%는 평소 호흡기 질환 병력이 없던 건강한 성인이었다. 특히 아파트 내 공기질 측정 결과, 일부 세대에서는 포름알데히드 농도가 WHO 기준치(0.1 ppm)를 초과한 사례도 있었다. 문제는 이들 유해물질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감소하지만, 초기 수개월간의 고농도 노출이 이미 인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내 환경이 만든 지역기반 특이질병
세종시는 전국에서 신축 건물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로, 전체 주거 시설의 70% 이상이 최근 5년 내에 완공된 건물이다. 이처럼 특정 지역에 동일한 환경 조건이 반복될 때, 그에 따른 건강 문제 역시 특정한 패턴을 보이게 된다. 신축건물증후군 유사 호흡기질환은 단지 새집 냄새에 예민한 개인 차원이 아니라, 신축 건물에서 대규모 인구가 공통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성 질환이라는 점에서 지역기반 특이질병으로 간주할 수 있다.
특히 소아와 노약자, 호흡기 질환 기저질환자들은 VOC나 미세입자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세종시처럼 가족 중심의 거주지 특성이 강한 지역에서는 이 질병의 공중보건적 영향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질환은 진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단순한 알레르기 또는 감기 증상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통계조차 확보되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입주민이 자체적으로 환기나 공기청정기 등을 통해 개선하려는 시도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제도적 대응과 실내 환경질 개선이 핵심
신축건물증후군 유사 호흡기질환의 예방과 관리에는 입주 전 실내 공기질 사전 검사 의무화, 고위험 물질 사용 제한, 환기 시스템 성능 강화가 핵심이다. 현재 국내 건축 기준은 포름알데히드와 톨루엔 등에 대한 기준치를 명시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단속과 공사 후 모니터링은 미비한 실정이다. 세종시와 같은 대규모 신도시에서는 지자체 차원에서 건축물 입주 전 실내 환경 인증제 도입, VOC 방출량 기준 강화, 입주민 대상 건강 모니터링 프로그램 운영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증상이 발생한 주민들을 위한 공공 호흡기 진료소 운영, 이동형 실내 공기질 측정 서비스, 그리고 증상군별 데이터 수집을 통해 신축건물과 건강 영향 사이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실내 환경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을 ‘환경성 질병’으로 공식 인정하고, 환자 보호를 위한 보건정책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종시에서 나타난 이러한 특이질병은 향후 다른 신도시 개발 지역에서도 반복될 수 있으므로, 지금의 대응이 미래의 기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