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처럼 굳어가는 몸, 특이질병 '석화근육증(FOP)'
몸이 뼈로 굳는다? 석화근육증의 정체
사람의 몸은 평생 수많은 세포 변화와 재생을 겪지만, 그 변화가 모두 올바른 방향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석화근육증(Fibrodysplasia Ossificans Progressiva, FOP)이다. 이 병은 ‘돌처럼 몸이 굳는 병’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근육, 인대, 힘줄 등 몸의 연부 조직이 점진적으로 뼈로 변화하는 희귀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2백만 명 중 1명꼴로 발병하며, 현재까지 전 세계 환자 수는 800명 내외로 추산되었다. 국내에서는 수십 명 수준의 환자가 보고되었으며,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증상을 겪기 시작하였다. 이 질병의 가장 큰 문제는 비가역적인 골화 과정이다. 한 번 뼈로 변한 조직은 되돌릴 수 없고, 수술이나 치료 시도조차 오히려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 질환은 생후 몇 년 안에 발병하여, 일상생활은 물론 교육, 사회참여 등 거의 모든 영역에 치명적인 제약을 초래하였다.
유전자 오류가 부른 이소성 골화
석화근육증은 대부분 ACVR1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발생하였다. 이 유전자는 뼈 성장과 관련된 ‘BMP(뼈형성단백질)’ 신호를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 근육 등 뼈가 되지 말아야 할 부위에 뼈 형성이 일어나게 된다. 이를 이소성 골화(heterotopic ossification)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머리, 목, 어깨 등의 부위에서 염증성 결절이나 붓기를 처음 경험하게 되었으며, 이후 그 부위가 단단해지고 움직임이 제한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외부 자극, 예를 들어 부딪힘, 낙상, 수술, 심지어는 단순한 주사 시술, 같은 사소한 상처가 병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골화 과정이 관절 주변에 발생하면 관절의 가동성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온몸의 움직임이 제한되며, 환자는 결국 휠체어나 침대에 의존하게 되었다. 현재까지 석화근육증은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으로 분류되며, 진단 역시 어렵고 오진이 흔하였다.
일상생활과 환자의 고립된 삶
이 질병을 앓는 환자들은 일상생활 전반에서 극심한 제약을 받았다. 보행이 가능하던 시기에도 낙상을 방지하기 위해 무릎 보호대나 헬멧을 착용해야 했으며, 학교나 공공시설에서는 사람들과의 물리적 접촉을 최소화해야 했다. 치과치료도 함부로 진행할 수 없으며, 주사 시술, 생검, 근육주사 등 일반적인 의료 행위조차 병을 악화시킬 위험이 높아 대부분의 치료가 제한되었다. 석화근육증은 그 진행속도나 범위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20~30대에 접어들며 호흡근까지 골화되면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이 질병을 겪는 사람들이 정서적, 사회적 고립을 겪을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활동 반경이 줄고,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져 타인과의 교류가 단절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가족 역시 간병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전반적인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되었다.
치료의 희망, 그리고 앞으로의 연구 방향
현재까지 석화근육증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치료 후보 중 하나는 '팔로바로틴(palovarotene)'이라는 약물이었다. 이 약은 비정상적인 뼈 형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며, 임상시험을 통해 골화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일부 입증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모든 환자에게 일관된 효과를 보장하지는 못하였으며, 장기 복용 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남아 있었다.
그 외에도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Cas9)이나 RNA 간섭기술을 이용한 접근법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였지만, 아직 임상적 적용에는 시간이 필요하였다. 석화근육증과 같은 초희귀 질환은 제약회사 입장에서도 경제적 수익이 적어 연구개발이 더딘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희귀질환 약물 우선심사제도’ 등을 통해 연구가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환자와 가족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국제 환자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으며,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줄이는 생활 보조기구 개발 등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석화근육증(FOP)의 사회적 인식과 의료 현실
석화근육증은 환자 수가 극소수에 불과하여, 국가 차원의 공식 진단 체계나 지원 제도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의료진조차 이 병에 대한 정보를 접한 적이 없는 경우가 많아, FOP 환자들은 초기에 잘못된 진단을 받거나 불필요한 시술을 거치는 경우도 흔하다. 실제로 국내외 많은 환자들이 ‘양성 종양’ 또는 ‘관절염’으로 오진되어 조직검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염증 반응이 유도되어 병의 진행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는 사례가 보고되었다.
FOP 환자들은 단순히 몸이 굳는 병을 앓는 것이 아니라, 의료 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중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는 IFOPA(국제 석화근육증 환자 연합)과 같은 환자 단체가 구성되어, 세계 각국 환자들에게 최신 치료 정보를 제공하고, 제약사 및 연구기관과 협력하여 신약 개발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희귀질환센터와 일부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석화근육증에 대한 인식 개선이 점차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유전자 진단 접근성과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기술 발전에 따라 3D 프린팅 보조기기, 음성 제어형 생활도구, 특수 이동장치 등의 보조 기술이 FOP 환자의 자립 생활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의학적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러한 보조기술은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향후 FOP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연구 투자가 더욱 확대된다면, 단순한 병 관리 차원을 넘어 질병의 조기 진단 → 유전자 교정 치료 → 생활지원 인프라 확장이라는 전체적 로드맵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금은 드물고 낯선 병이지만, 꾸준한 기록과 관심이 이어진다면 더 이상 ‘불가능한 병’으로 남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