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질병

특이질병 케이스파일: 근육이 뼈로 바뀌는 병, '진행성 골화섬유이형성증'(FOP)

sudi-news 2025. 7. 31. 10:32

움직일수록 뼈가 되는 몸

 누구에게나 뼈는 생명을 지탱해주는 기본 구조물이지만, 만약 움직일수록 근육과 힘줄이 뼈로 변해버린다면 그 뼈는 생명을 가두는 족쇄로 전락한다. 바로 이런 상황에 놓이는 질환이 '진행성 골화섬유이형성증(Fibrodysplasia Ossificans Progressiva, FOP)'이다. 이 희귀병은 신체의 연부 조직 (근육, 인대, 힘줄, 심지어 피부 아래 결합조직 등)가 점진적으로 골조직으로 전환되는 극단적인 유전성 질환이다.

진행성 골화섬유이형성증, 근육이 뼈로 바뀌는 특이질병

 

가장 처음 나타나는 증상은 대개 생후 10세 이전의 어린 시절에 발견되며, 감기나 근육 타박상 이후에 해당 부위가 단단하게 굳는 현상으로 시작된다. 이는 단순한 근육통처럼 보일 수 있어 진단이 지연되기 쉽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척추, 목, 어깨, 팔, 다리 등 신체 곳곳에서 정상적인 관절 가동 범위가 제한되고, 결국 특정 관절이 고정되며 움직이지 않게 된다. 이 병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통증이나 기능 저하 때문이 아니라, 몸 전체가 두 번째 골격에 의해 서서히 감금당하는 구조적 파괴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유전자 하나의 오작동으로 인한 전신 골화

 FOP는 ACVR1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유전자는 골 형성 신호를 조절하는 TGF-β 신호계열 중 하나인 BMP(bone morphogenetic protein) 경로에 관여한다. 정상적으로는 뼈가 생성되어야 할 시기와 부위에만 활성화되는 이 경로가, FOP 환자에게서는 염증, 자극, 외상 등 사소한 자극에도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며 연조직을 골화시키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

 

 특히 이 질환의 심각성은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어떤 환자는 팔을 움직이는 동안 어깨와 팔꿈치 사이 근육이 뼈처럼 굳고, 시간이 지나면 등과 척추가 단단하게 고정되어 상체를 돌릴 수 없게 된다. 호흡 근육이 골화되면 폐활량이 줄어들고 호흡 곤란이 발생하며, 턱관절이 고정되면 음식을 씹거나 삼키는 것도 어려워진다. 더 무서운 것은, 이 질병에 대해 수술적인 제거를 시도할 경우, 수술 부위 전체가 다시 골화되어 되려 악화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현재까지도 절대적인 금기 처치로 여겨지고 있다.

 

오진과 금기 행위: 진단의 어려움

 FOP는 매우 드문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900명 미만의 사례가 보고되어 있으며, 한국에서도 극소수의 환자만이 진단을 받은 상태다. 이런 희귀성 때문에 초기에 근육 염증, 종양, 섬유종, 성장 이상 등으로 오진되기 쉽다. 특히 의료진이 이 질환에 대해 잘 알지 못할 경우, 생검을 위해 조직을 절제하거나 물리치료를 시도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이러한 침습적 자극은 해당 부위의 급속한 골화를 유발하며, 환자의 상태를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다.

 

 진단에서 가장 핵심적인 단서는 선천성 엄지 기형이다. FOP 환자의 90% 이상은 태어날 때부터 양손 엄지손가락이 짧거나 비틀어진 형태로 나타나며, 이 특징은 조기 유전자 검사와 함께 진단적 결정 요소가 된다. 현재는 유전자 분석 검사를 통해 확진할 수 있으며, 영상의학적으로는 MRI나 CT에서 연조직 내 이소성 골화(ectopic ossification) 소견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 병은 특성상 조기에 진단하더라도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함께 환자와 가족에게 장기적 삶의 계획에 대한 정보 제공과 정서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치료법 없는 질환에 맞서는 다양한 시도들

 현재 FOP는 완치 가능한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는 불치병이다. 기존 치료는 통증 완화와 골화 속도 억제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고용량 스테로이드, 항염증제, 진통제 등이 일시적 도움이 되지만, 병의 진행을 멈출 수는 없다. 골화가 활발히 진행되는 시기를 ‘플레어 업(flare-up)’이라고 부르며, 이 시기를 잘 관리하는 것이 환자의 삶의 질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행히 최근에는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을 활용해 ACVR1 돌연변이를 교정하려는 실험이 진행 중이며, BMP 신호 차단제를 이용해 골화 경로 자체를 억제하는 후보 물질도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일부 제약사에서는 PALOVAROTENE이라는 레티노이드 계열의 약물을 임상시험 중인데, 이 약물은 골조직의 비정상적 생성을 억제하여 골화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광범위한 허가는 받지 못한 상태로, 장기 안전성과 효과는 검증이 필요하다.

뼈에 갇힌 사람들, 그리고 공존의 조건

 FOP 환자들은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제약을 받는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 옷을 갈아입는 것, 식사하는 것, 심지어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까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어려운 일이 된다. 많은 환자들이 휠체어나 전자동 침대를 사용하며 일상을 꾸려가고 있으며, 부모나 가족이 24시간 간병을 도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청소년기 이후에는 관절이 점점 고정되면서 사회활동이나 교육 참여의 기회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병을 앓는 사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자조모임, 국제 환자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있다. FOP Awareness Day, 세계 희귀질환의 날 등을 통해 환우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사회에 알리고 있으며, 이들의 존재가 소외되지 않도록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병이 단지 ‘특이하고 무서운 병’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 전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FOP는 몸을 뼈로 가두지만, 그 안의 사람다움까지 묶어둘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