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질병

인천 공항 근무자 사이에서 보고된 특이질병, '제트연료 유래 두통 증후군'

sudi-news 2025. 7. 22. 12:19

제트연료 공기 중 노출의 그림자: 새로운 직업성 두통

공항은 단순한 교통의 요충지가 아닌, 복잡한 산업이 교차하는 거대한 노동 현장이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처럼 항공기가 연중무휴 운항하는 대규모 국제공항에서는 수많은 지상 근무자들이 제트기 주변에서 일하며, 엔진이 내뿜는 연료 연소 부산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최근 이러한 작업 환경에서 특이하게 반복되고 만성화된 두통 증상을 겪는 근무자들이 다수 보고되며, 이를 ‘제트연료 유래 두통 증후군(Jet Fuel-Induced Headache Syndrome)’이라 부르는 새로운 직업병 개념이 부상하고 있다.

제트연료 유래 두통 증후군, 공항에서 연료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나타날수 있는 특이질병

 

 이 증후군은 단순한 스트레스성 또는 탈수성 두통과는 차별화된 양상을 보인다. 주된 증상은 항공기 이착륙 구역 근처에서 일정 시간 이상 근무한 이후 발생하는 지속적 두통, 집중력 저하, 눈 주변의 압박감, 코 자극감, 경미한 어지러움 등으로, 공통적으로 작업 시간 중 후반부에 증상이 시작되고, 퇴근 후 몇 시간 내에 완화되는 패턴을 보인다. 특히 수하물 운반, 유도로 관리, 급유 등 제트엔진 근처에서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에게 집중적으로 발생하며, 이들 중 일부는 주말이나 휴무일에는 증상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환경성 노출의 개연성이 높다.

 

유기화합물과 두통의 연관성: 과학적 근거는 충분한가?

 제트연료는 대부분 케로신(등유) 기반이며, 연소 과정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벤젠, 톨루엔, 자일렌, 질소산화물 등 다수의 화학적 부산물을 공기 중에 방출한다. 특히 항공기 이륙 시 엔진이 최대출력을 낼 때, 이들 유해 물질이 순간적으로 고농도로 공기 중에 퍼지게 되며, 근거리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작업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더라도 완벽히 차단하지 못한다. 이러한 화학물질들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신경염증, 혈관 수축, 미세한 산소공급 저해 등을 유발하여 두통을 일으키는 기전이 과학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2018년 미국 항공작업자 연구소(FAWI)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공항 근무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제트연료 취급 또는 노출 빈도가 높은 근로자군에서 일반인 대비 만성 두통 발생률이 4.3배 높았다. 또한 일부 공항에서는 제트연료를 다루는 탱크 트럭 운전자와 급유요원에게 신경계 기능 저하와 수면장애가 동반되는 경우도 관찰되었다. 이는 두통이 단순한 통증이 아니라 공기 중 화학물질이 유발하는 신경계 반응의 일환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아직 이 증후군이 산업재해로 공식 인정된 사례는 없으나, 해외에서의 유사 질환 인정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 공항 근무자들의 목소리: 경계받지 못한 고위험군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A씨(지상 조업팀)는 5년째 수하물 차량을 운전하며 매일 수십 회 이착륙기를 가까이서 접한다. 그는 “출근 후 몇 시간 지나면 눈이 무겁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며 “일 끝나고 나면 나아지긴 하지만 피로감이 오래 간다”고 말했다.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동료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대부분 “그냥 공항 일은 원래 힘들다”며 무시하거나 감내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두통이 누적되며 업무 집중력 저하, 실수 증가, 사고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제트연료는 신경계뿐 아니라 간과 폐에도 누적 손상을 줄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만성질환으로 이행할 위험성이 있다.

 

 하지만 현재 인천공항은 관련 증상을 별도로 관리하거나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 않다. 산업안전보건법상 항공기 연료 노출이 ‘독성가스 작업’으로 분류되지 않으며, 두통 역시 일반 증상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는 직업병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만들어낸다. 해외 일부 공항에서는 급유 인력 및 활주로 근무자에게 정기적인 혈액검사, 신경기능 테스트, VOC 노출 수준 측정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제트연료 노출과 관련된 두통도 하나의 감시 질환군으로 포함하고 있다. 국내도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특이질병으로서의 인식과 예방 시스템 정비 필요

 제트연료 유래 두통 증후군은 일반적인 두통과 구별되는 환경 유래 직업병이며,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공식 명칭이나 질병 코드조차 존재하지 않는 ‘회색 지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실제 환자들은 특정한 작업 환경과 노출 패턴, 증상 유형이 반복되는 특이질병으로 경험하고 있으며, 이를 개인의 체질이나 컨디션 문제로만 간주하는 것은 공중보건 차원에서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 향후 이러한 질환을 조기에 인지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공항 내 VOC 노출 지표 측정, 고위험군 직무군별 증상 추적 시스템 구축, 건강 검진 내 신경계 평가 항목 추가 등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산업보건 분야에서는 제트연료 흄(fume)의 건강영향에 대한 정밀 연구와 기준 설정이 시급하다. 현재는 국제 민간항공기구(ICAO)나 FAA 등도 공항 작업자의 화학물질 노출 기준을 설정 중이지만, 두통과 같은 경미하지만 반복되는 증상의 건강영향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인천공항, 김포공항, 김해공항 등 대형공항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직무 환경 기반 특이질병 역학 조사와 건강 모니터링 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 결국, 제트연료 유래 두통 증후군은 첨단 운송 인프라의 이면에서 발생하는 신종 직업병이며, 이를 조기에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안전한 공항’을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