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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질병 탐사기획: 피부가 비늘로 뒤덮이다, '할레퀸 각피증' 출생과 동시에 위기를 마주하는 아이들 출생 직후, 아기의 온몸이 딱딱하게 갈라진 갑옷 같은 피부로 뒤덮여 있고, 눈꺼풀과 입술이 심하게 뒤틀린 채 움직임조차 제한된 모습이라면, 의료진은 즉시 중환자 대응 체계를 가동한다. 이처럼 극단적인 피부 변형을 보이는 신생아는 '할레퀸 각피증(Harlequin Ichthyosis)'이라는 치명적인 유전성 피부질환을 가지고 태어난다. 이 질환은 피부의 각질층이 정상보다 수십 배 이상 두꺼워지는 것이 특징으로, 격자형의 깊은 틈이 생기고, 피부의 경직으로 인해 호흡, 수유, 체온조절 등 생존에 필요한 기본 기능마저 어렵게 만든다. ‘할레퀸’이라는 이름은 중세 유럽 희극에 등장하는 마름모 무늬 의상을 입은 광대 캐릭터에서 유래했다. 병변의 격자형 갈라짐이 이 복장을 연.. 2025. 7. 31.
특이질병 케이스파일: 근육이 뼈로 바뀌는 병, '진행성 골화섬유이형성증'(FOP) 움직일수록 뼈가 되는 몸 누구에게나 뼈는 생명을 지탱해주는 기본 구조물이지만, 만약 움직일수록 근육과 힘줄이 뼈로 변해버린다면 그 뼈는 생명을 가두는 족쇄로 전락한다. 바로 이런 상황에 놓이는 질환이 '진행성 골화섬유이형성증(Fibrodysplasia Ossificans Progressiva, FOP)'이다. 이 희귀병은 신체의 연부 조직 (근육, 인대, 힘줄, 심지어 피부 아래 결합조직 등)가 점진적으로 골조직으로 전환되는 극단적인 유전성 질환이다. 가장 처음 나타나는 증상은 대개 생후 10세 이전의 어린 시절에 발견되며, 감기나 근육 타박상 이후에 해당 부위가 단단하게 굳는 현상으로 시작된다. 이는 단순한 근육통처럼 보일 수 있어 진단이 지연되기 쉽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척추, 목, 어깨, .. 2025. 7. 31.
특이질병 리얼스토리 : 가려움 속에 숨은 섬뜩한 실, '모르겔론스 병' 피부 아래에 뭔가 꿈틀거리는 느낌 누군가 자신의 피부 아래에서 실처럼 가느다란 섬유질이 꿈틀거리고, 그걸 손으로 뽑아냈다고 주장한다면 사람들은 쉽게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세계 곳곳에는 “피부 속에서 섬유질이 자란다”거나 “살갗 아래에서 기생충 같은 게 움직인다”고 호소하는 환자들이 존재한다. 그들이 말하는 이 괴상하고 불쾌한 질환은 바로 모르겔론스 병(Morgellons Disease)이다. 이 병은 일반적인 피부 질환과 달리, 강한 가려움증, 따끔거림, 무언가가 피부를 기어다니는 감각, 그리고 피부에서 섬유질이나 결정체가 나온다는 증상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 섬유질을 휴지나 핀셋 등으로 뽑아내어 병원에 가져가며, 그것이 자신을 오랜 시간 괴롭힌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많은.. 2025. 7. 30.
특이질병 다큐: 작은 세상이 거대해지는 '앨리스 증후군' 내가 작아졌을까, 세상이 커졌을까? 누군가가 갑자기 손을 뻗었는데, 그 손이 자신의 몸보다 커 보였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방금까지 걷던 복도가 갑자기 운동장만큼 멀어졌다고 느낀다면, 혹은 자신의 머리가 엄청나게 커지거나 몸이 작아졌다고 느낀다면? 이런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감각을 실제처럼 경험하게 만드는 신경질환이 있다. 그것이 바로 앨리스 증후군(Alice in Wonderland Syndrome, AIWS)이다. 이 질병의 이름은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착안되었다. 소설 속 앨리스가 몸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거나, 사물이 왜곡되어 보이는 장면과 유사한 증상이 실제 환자에게서 관찰되었기 때문이다. AIWS는 일종의 지각왜곡 신경장애로, 환자는 자신의 몸, 시간, .. 2025. 7. 30.
특이질병 집중조명 : 몸이 코끼리가 되는 병, '림프필라리아증'의 진실 ‘코끼리병’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 림프필라리아증(Lymphatic Filariasis)은 흔히 ‘코끼리병(Elephantiasis)’으로 불리는 열대성 기생충 질환이다. 주로 피부와 피하조직이 비정상적으로 부풀고 단단해지며, 특히 다리나 생식기 부위가 거대하게 부어오르는 극심한 부종이 특징이다. 실제로 환자의 팔다리나 음낭이 수십 킬로그램까지 부풀기도 하여 외형상 코끼리의 다리를 연상케 하며, 이로 인해 차별적 별칭이 붙은 것이다. 그러나 이 병의 진짜 문제는 단순한 외형 변화가 아니라, 그 안에 숨어 있는 기생충 감염에 의한 림프계 파괴이다. 림프필라리아증은 모기 매개 기생충인 사상충(Filarial worms)에 의해 발생한다. 이 기생충은 사람의 림프관에 침투해 성충으로 성장하며, .. 2025. 7. 30.
특이질병 인터뷰: 거울 속 내가 낯선가요? '카프그라스 증후군' 익숙한 얼굴을 믿을 수 없다는 공포 사람은 본능적으로 가족과 친지의 얼굴을 알아보고, 그에 맞는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만약 어느 날 갑자기, 평소처럼 아침 인사를 나누던 어머니가 더 이상 어머니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면 어떨까. 얼굴은 분명 동일한데, 정서적으로 완전히 낯설고, 심지어 다른 사람으로 느껴진다면? 이처럼 가장 가까운 사람을 ‘가짜’라고 확신하게 되는 병이 바로 '카프그라스 증후군(Capgras Delusion)'이다. 이 질환은 현실 검증력에 문제가 생기는 ‘망상성 증후군’의 일종으로, 특정 인물, 주로 배우자, 부모, 형제 등,이 외형은 같지만 내면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대체되었다고 믿는 증상이 나타난다. 일부 환자는 자신을 감시하거나 해치기 위해 위장한 사람이라고 확신하기도 하며,.. 2025. 7.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