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기후에서 다시 등장하는 말라리아, 부산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말라리아는 한때 국내에서 거의 사라졌다고 여겨졌던 질병이지만, 최근 기후변화와 항만 인근 환경 변화로 인해 해양성 기후 지역인 부산에서도 말라리아 재출현 가능성이 점차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말라리아는 열대 및 아열대 지방에서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감염병으로 알려져 있으나, 기온 상승과 항만 이동성 증가에 따라 비열대권인 부산항 인근에서도 말라리아 원충을 가진 매개 모기의 생존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202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해외 유입 말라리아 환자가 증가하면서, 국내에서도 유입된 환자가 부산항이나 인천항을 통해 들어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이들이 국내에 서식하는 국내 모기종과 접촉할 경우 지역사회 내 전파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해양성 기후를 가진 부산도 더 이상 말라리아로부터 안전한 지역이 아니며, 해양성과 접경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감염병 관리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말라리아의 특성과 국내 감염 환경 변화
말라리아는 플라스모디움 원충에 의해 발생하며, 일반적으로는 열대 지역의 '아노펠레스' 모기를 매개로 전파됩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주로 '삼일열 말라리아(Plasmodium vivax)'로, 감염 후 수 주에서 수 개월이 지난 뒤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잠복기 감염 특성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감염 시기를 정확히 특정하기 어려워 역학 조사에 큰 혼선을 주는 특이질병 중 하나입니다.
과거에는 주로 북한과 인접한 접경 지역(경기도·강원도)에서 환자 발생이 집중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외국 근로자·선원 유입 증가, 남부 해안의 기온 상승, 항만 인근의 정체된 수역 증가 등으로 인해 부산, 여수, 통영 등 남해안권으로 발생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기온이 15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시기가 길어지면서, 말라리아 매개 모기의 활동 가능 기간이 길어지고 서식 범위도 남쪽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내 감염 환경이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라리아에 대한 일반 시민과 지자체의 인식은 여전히 북부 내륙에 한정되어 있어, 부산항 등 남부 해양권 도시에서의 감염병 감시체계 구축이 시급합니다.
부산항 지역의 고위험군과 실질적 예방 방안
부산항을 중심으로 한 남부 해양권에서는 국제항만 종사자, 외국인 선원, 항운노조원, 수산업 종사자 등이 주요 고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특히 외국에서 입항한 선박 내에는 말라리아 감염력이 있는 승무원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고, 항만 내에서 이들이 머무는 시간 동안 국내 모기에 물릴 경우 감염 경로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또한 부산항 주변에는 하수 유입 지점, 빗물 고임지, 방치된 배수로 등이 많아, 여름철에는 모기 서식지로 쉽게 전환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항만 관리청과 보건당국, 질병관리청이 협력하여 다음과 같은 실질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 외국 선원 입항 시 건강 상태 확인 및 유증상자 검역 철저
- 항만 인근 정체 수역에 대한 모기 유충 방제 및 서식지 제거
- 항만 근무자 대상 정기적 말라리아 교육 및 증상 인지 훈련
- 여름철 주기적인 방역 소독 작업과 말라리아 감염 의심자 신속 보고 체계 구축
이와 함께 지역 보건소 차원에서도 항만 주변 주민을 대상으로 한 감염병 교육, 모기 기피제 배부, 야간 활동 시 보호 장비 착용 캠페인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양도시에서의 특이질병 대응, 지역 맞춤 전략이 중요하다
말라리아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북부 접경지역에 국한된 문제로 여겨져 왔지만, 기후변화와 글로벌 이동 증가라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이제는 남부 해양도시에서도 대비가 필요한 특이질병입니다. 특히 부산처럼 국제항만이 밀집된 도시는 외부 감염원이 유입되기 쉬우며, 도시 구조상 정체 수역이 많아 모기 서식지로 전환되기 쉬운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부산시는 감염병 대응 전략을 기존 내륙 중심에서 항만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염병 대응 예산과 방역 인력을 항만 주변 동주민센터, 항운노조, 외국인 근로자 밀집 지역에 집중 배치하고, 질병관리청과 함께 항만 지역 맞춤형 감시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말라리아는 예방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질병이며, 매개체 차단과 조기 진단만으로 지역사회 전파를 원천 차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식 부족과 방심이 계속된다면, 부산 역시 해양성 재출현 특이질병의 새로운 온상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항만 도시 부산이 새로운 감염병 지도를 스스로 다시 그려야 할 시기입니다.
또한 부산은 매년 수십만 명의 외국인 선원과 해상 노동자들이 드나드는 국제적 항만도시인 만큼, 단순히 국내 방역만으로는 말라리아 감염 위험을 완전히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항만 보건소를 중심으로 외국인 대상 다국어 감염병 안내서 배포, 입항 시 의무 건강 설문조사 확대, 출입국·검역 당국과 연계한 실시간 감시 시스템 구축 등 국제적 방역 협력 체계 강화가 요구됩니다. 아울러 부산항만공사와 지역 대학병원이 협력하여 선박 내 감염병 사례 연구 및 데이터 축적에 나선다면, 해양성 특이질병에 대한 중장기 대응 전략 수립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의 작은 대비가, 향후 감염병 대유행의 가능성을 막는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기후 변화에 따른 병원충 활동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보다 여름철이 길어지고 평균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모기 번식 주기와 병원체 활성화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현실은 말라리아의 재확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이러한 기후 기반 감염병의 지역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방역을 넘어 기상 데이터와 역학 정보를 연계한 스마트 방역 시스템 구축이 향후 핵심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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