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질병

제주 동부 해안의 특이질병, '섬모충성 피부염'

sudi-news 2025. 7. 13. 16:16

제주 해안의 생태 변화와 함께 떠오른 새로운 감염병

 제주도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아열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인 지역입니다. 특히 제주 동부 해안, 즉 성산, 표선, 세화, 종달리 인근 해역은 수온 상승, 해류 변화, 해양 생물 다양성 증가 등으로 인해 독특한 생태환경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최근 섬모충성 피부염이라는 생소한 감염 질환이 ‘지역 특이질병’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섬모충성 피부염은 ‘해양성 기생충 접촉성 피부염’으로 분류되며, 섬모충(Ciliophora)이라는 단세포 생물이 피부에 접촉할 때 발생합니다. 섬모충은 보통 바닷물에 떠다니는 미세 플랑크톤과 함께 서식하며, 주로 여름철 해수욕 시기에 사람의 피부와 접촉해 염증을 유발합니다. 육안으로는 거의 식별되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 본인은 바닷물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피부가 가렵고 따갑다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섬모충성 피부염, 제주 동부 해안의 특이질병

 

 문제는 이 질환이 아직 국내에선 공식 질병 분류나 감시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통계가 없고 일반 의사들도 인지도가 낮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제주 지역 피부과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해당 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해마다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해양레저 종사자나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으로 이미 ‘여름철 피부병’으로 알려져 있는 상태입니다.

 

섬모충성 피부염의 감염 메커니즘과 주요 증상

 

 섬모충은 일반적으로 해수 중에 무리를 지어 떠다니며, 조류 번식이나 적조 현상이 발생하는 시기에 밀도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이러한 생물이 사람의 피부에 접촉하게 되면, 섬모를 이용해 표피에 미세한 자극을 가하고, 그로 인해 국소적인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 섬모충성 피부염의 발병 메커니즘입니다.

 감염 초기에는 작은 홍반(붉은 반점)이나 가벼운 따가움, 가려움증으로 시작되며, 12~24시간 내에 수포, 농포, 심한 경우 물집이 잡히는 형태로 악화됩니다. 특히 팔뚝, 무릎 뒤, 발목 안쪽 등 피부가 연약하고 얇은 부위에 증상이 집중되며, 한 번 노출된 부위는 재노출 시 더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면역체계가 민감한 사람일수록 전신 발진이나 두드러기, 열감 등을 동반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섬모충이 피부에 직접적인 손상을 입히지는 않지만, 상처 부위에 2차 감염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닷물에는 다양한 해양세균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가려움으로 긁은 부위가 세균 감염의 통로가 되어 봉와직염이나 농양 등으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제주도 동부 해안에서는 실제로 해수욕 후 피부염이 악화되어 항생제 치료를 받은 사례가 다수 보고된 바 있습니다.

 치료는 일반적으로 항히스타민제 복용, 국소 스테로이드 연고 사용, 감염이 의심될 경우 항생제 처방을 병행합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인식과 예방이며, 피부과 전문의들도 섬모충성 피부염을 여름철 제주 해안 특유의 계절성 피부질환으로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주 동부 해역의 고위험 지역과 사례 분석

 

 섬모충성 피부염은 제주도 전역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특히 제주 동부 해안은 환경적 요인이 더해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됩니다. 성산읍 일대의 광치기해변, 종달해변, 표선면의 표선해수욕장, 그리고 구좌읍의 세화해변, 월정리 해안 등은 바닷물의 순환이 느리고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조건이 갖춰져 있으며, 여름철 조류 증식과 적조 발생이 빈번한 곳이기도 합니다.

 제주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최근 3년간 여름철 해수에서 미세생물 밀도를 분석한 결과, 이 지역들에서 섬모충과 유사한 미생물 밀도가 타 지역보다 2~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지역 병원에서는 해마다 7~9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피부염 환자가 증가하며, 이들 중 상당수가 "바다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피부가 따갑고 붉어졌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3년 여름, 성산 일대의 한 해수욕장에서 열린 마라톤 수영 대회 후 참가자 중 17명이 유사한 증상으로 진료를 받았고, 이 중 6명은 병원 진료 기록상 ‘원인 불명의 해양 접촉성 피부염’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이는 섬모충성 피부염으로 추정되는 대표 사례로, 공식 명칭이 없기 때문에 의료체계 내에서 분류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합니다.

 이처럼 섬모충성 피부염은 명확한 감염원, 계절적 특성, 지역별 집중 발생 양상까지 갖추고 있어, 제주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특이질병’으로 인정하고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예방을 위한 지역 대응 전략과 개인 수칙

 

 섬모충성 피부염은 아직 공중보건상 중증 질환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관광객 증가와 해양레저 인구 확대에 따라 매년 환자 수가 늘고 있는 만큼, 사전 예방과 교육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입니다. 제주도와 지자체 차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예방 및 대응 전략이 필요합니다:

  • 해수욕장 개장 전후, 해양 미생물 밀도 정기 측정 및 위험도 공지
  • 지역 보건소 및 관광안내소에 피부염 예방 리플릿 및 다국어 안내자료 비치
  • 섬모충성 피부염 발생 시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 제공 및 병원 안내
  • 해수욕장 인근 약국과 연계해, 증상 초기 대응이 가능한 응급 연고 판매 확대
  • 지역 병원에 여름철 피부질환에 대한 진단 기준과 교육자료 배포

 개인 차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 해수욕 시 민감한 피부 부위(팔 안쪽, 다리 접힘 부위)는 보호의복 착용
  • 수영 후 즉시 깨끗한 담수로 샤워, 수분 공급과 보습제 사용
  • 이상 반응 발생 시 자극하지 말고 즉시 의료기관 방문
  • 과거 섬모충성 피부염 병력이 있다면, 해당 해역 활동 자제 또는 예방약 사용 고려

 섬모충성 피부염은 제주 동부 지역의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기후 변화 시대에 지역 맞춤형 감염병 대응 체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사례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 보건 정책에 해양생물 기반 피부질환 항목을 포함시키고, 국립 해양환경 연구기관과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주 해역을 찾는 이들이 안전하게 바다를 즐길 수 있도록, 보건과 관광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전략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