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질병

인제군 계곡지역의 특이질병, 야생 진드기 감염으로 인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sudi-news 2025. 7. 14. 13:42

깊은 산과 계곡의 위험, 특이질병 SFTS의 위협

 강원도 인제군은 울창한 산림과 깨끗한 계곡으로 사계절 내내 등산객과 캠핑족의 사랑을 받는 지역입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내린천, 방태산, 설악산 국립공원 일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자연과 가까워질수록,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위험요소 또한 함께 존재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야생 진드기 매개 감염병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으로, 최근 인제군 일대를 중심으로 발생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지역 특이질병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 증후군, 야생 진드기 매개 감염 특이질병

 

 SFTS는 2013년 국내에서 처음 보고된 바이러스성 감염병으로, 감염자의 70% 이상이 야외 활동 중 진드기에 물린 것으로 확인됩니다. 특히 작은소참진드기(Haemaphysalis longicornis)가 주된 매개체로 알려져 있으며, 이 진드기는 여름철 풀숲, 계곡 주변, 임도, 등산로 근처에서 쉽게 발견됩니다. 인제군처럼 숲이 빽빽하고 인적이 드문 곳일수록 진드기 서식밀도가 높아지며, 감염 위험 또한 배가됩니다.

 

 SFTS의 치명률은 10~30%에 이르며, 아직까지 특효약이나 백신이 없어 조기 진단과 대응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초기 증상이 일반적인 감기나 장염과 매우 흡사해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여기거나 진드기에 물린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병을 키운다는 점입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산악·계곡지역 중심의 특이질병으로 정식 분류되고, 지역 주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보다 적극적인 예방 및 교육이 요구됩니다.

 

 SFTS의 증상과 전파 경로, 진단의 어려움

 SFTS는 바이러스 감염 후 대개 6~14일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 피로, 근육통, 식욕부진, 구토, 설사 등의 증상으로 시작됩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구토나 설사와 같은 소화기 증상이 먼저 나타나 감기 또는 장염으로 오인되기 쉽습니다. 이후 혈소판 감소, 백혈구 감소, 간기능 이상, 심한 경우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되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한 감염병입니다.

 바이러스는 주로 진드기의 체액을 통해 피부에 침투하게 되며, 환자 혈액을 통한 이차 감염 사례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인제군 지역 보건소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6월~9월 사이 SFTS 의심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무허가 야영지나 인적 드문 등산로 주변에서 감염 가능성이 높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특이질병의 또 다른 문제는 진단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SFTS는 일반 혈액검사에서 확진이 어렵고, PCR 검사나 바이러스 배양이 필요한데, 이는 대부분의 소규모 의료기관에서는 시행이 어렵습니다. 특히 인제군처럼 병원이 제한적인 지역에서는 환자가 평상시보다 오래 병을 앓거나 증상이 심각해진 후에야 상급 병원으로 전원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따라서 주민과 관광객 스스로가 의심 증상을 인지하고, 빠르게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제군 지역성과 야생 진드기의 확산 문제

 인제군의 생태적 특성은 진드기 감염병의 확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합니다. 이 지역은 인적이 드물고 야생동물 서식밀도가 높으며, 무분별한 산지 개발로 인해 사람과 자연의 접촉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진드기들은 주로 사슴, 고라니, 멧돼지 등 야생 포유류에 기생하다가, 풀숲을 통해 사람의 피부에 접촉하게 됩니다. 특히 여름철 풀밭 위에 앉거나 눕는 행위, 또는 계곡 인근 야영 중 상의 탈의 및 신체 노출이 많은 행동은 감염 위험을 크게 높입니다.

 

 인제군 보건소는 2022년부터 SFTS 발생 고위험지 8개소를 선정하고 주기적으로 진드기 밀도 조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부터 9월까지의 진드기 밀도가 평상시보다 4~6배가량 높아지며, 특히 야영지 주변과 등산로 초입에서 높은 밀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태적 데이터는 이 지역에서 SFTS가 단순한 전국적인 감염병이 아닌, '지리적 특수성을 갖는 지역기반 특이질병'임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됩니다.

 또한 최근 몇 년간 기후 변화로 인해 진드기의 서식범위가 북쪽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겨울철에도 생존하는 개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진드기 활동 시기인 여름 외에도 봄과 가을에도 감염 위험이 높아지고 있어, 연중 예방 수칙을 지켜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SFTS 예방을 위한 지역 가이드라인과 행동 수칙

 현재 SFTS에 대한 치료제나 백신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방역은 예방입니다. 인제군 주민과 방문객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예방 수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풀숲이나 야외 활동 시에는 긴소매 옷, 긴바지, 모자, 장갑 착용
  • 야외 활동 전 진드기 기피제(디트, 이카리딘 성분 포함) 사용
  • 풀숲 위에서 앉거나 눕지 않기, 야외 취침 시에는 매트나 방수포 필수
  • 야외 활동 후 즉시 샤워 및 전신 확인, 특히 귀 뒤, 겨드랑이, 무릎 뒤, 허벅지 안쪽 등 진드기가 잘 숨는 부위 확인
  • 만약 진드기가 피부에 붙은 것이 발견되면 억지로 떼지 말고, 병원에서 안전하게 제거
  • 야외활동 후 2주 이내 발열, 구토, 근육통 등의 증상 발생 시 즉시 병원 방문

 또한 인제군청과 보건소는 관광안내소, 야영지, 등산로 입구 등에 진드기 주의 안내판 설치와 함께, 방문객 대상 전단지 배포 및 기피제 무료 제공 캠페인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체계적인 감염관리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며, 특히 지자체-보건당국-의료기관 간 연계체계 구축이 시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SFTS를 단순한 일시적 감염병이 아니라, 지역의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된 특이질병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 질병은 단순히 개개인의 위생 문제가 아닌, 생태 환경, 기후 변화,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 증가 등 복합적 요인이 얽힌 구조적 문제입니다. 인제군 같은 자연친화적 지역에서는 자연을 즐기면서도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인프라 마련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