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질병

충북 제천 제약단지 공장 근무자에게 나타나는 특이질병, '항생물질 흡입성 면역 이상 증후군'

sudi-news 2025. 7. 27. 12:44

제약단지 내부에서만 나타나는 이상 증상들

 충청북도 제천시는 대한민국 제약산업의 중심 중 하나로, 수십 개의 제약 공장과 연구소, 원료의약품 제조 시설이 모여 있는 의약 바이오 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이 지역은 국가 바이오헬스 전략의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최근 특정 근무자 집단에서 유사한 면역계 이상 증상이 집중적으로 보고되면서 산업단지 내부의 건강 위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항생제 원료를 다루는 생산라인 또는 제분 공정에 오랫동안 근무한 근로자들에게서 빈번한 감기, 알레르기성 비염, 피부 두드러기, 소화기 이상, 피로감, 면역계 혼란 증상이 동반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항생물질 흡입성 면역 이상 증후군, 제약단지에서 나타나는 특이질병

 

 증상의 양상은 전형적인 바이러스성 감염과는 다르고, 면역계의 과잉 반응과 무반응이 교차하는 이례적인 형태를 보이며, 일부 근로자들은 면역억제제 처방, 만성 비염, 알레르기성 쇼크에 가까운 급성 반응까지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직무 스트레스나 계절성 질환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 면역 반응으로 해석되며, 전문가들은 이를 ‘항생물질 흡입성 면역 이상 증후군’으로 명명하고, 제천 제약단지라는 지역적 특수성과 환경 요인의 결합된 결과로 주목하고 있다. 즉, 이 질환은 특정 산업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된 지역 기반 특이질병으로 간주할 수 있다.

 

 

항생물질 미세입자의 공기 중 노출과 면역계의 교란

 항생제 원료는 그 자체로 면역 반응을 유도하거나 억제할 수 있는 생물학적 활성 물질이다. 주로 분말 형태로 보관되고, 원료 제조나 혼합, 캡슐링 과정에서 공기 중으로 미세입자가 퍼지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입자들은 일반적인 분진과 달리, 인체 면역세포와 직접 반응하여 사이토카인, 면역글로불린, 히스타민 등의 분비를 비정상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항생물질 미립자들이 공정상 완전 차단되지 않고 작업장의 공기 중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으며, 고농도 노출 시 면역계가 자극과 억제를 반복적으로 경험함으로써 항진 또는 탈진 상태로 기울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대 의과대학 면역학과의 공동 연구에서는, 항생제 생산 공정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기관지세척액 및 혈청을 분석한 결과, 일반 직군 대비 면역글로불린 E 수치가 평균 2.3배 높았고, 일부 대상자는 면역계 조절 T세포의 비정상 증식이 관찰되었다. 이는 외부 자극에 대해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동시에, 면역억제성 반응도 나타나는 이중 면역 교란 상태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면역 불균형은 단지 비염이나 피부 발진 수준을 넘어서, 장기적으로 자가면역질환, 면역저하, 만성 염증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흡입 노출이라는 경로에서 기인하는 만큼 그 작업환경의 특수성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근무자의 증언과 제도적 진단의 부재

 충북 제천 A제약사에서 원료 항생제를 분쇄·혼합하는 공정에 6년간 근무한 B씨는 “감기를 달고 사는 것도 이상했지만,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면 별다른 바이러스는 없고 면역세포 수치가 낮다고만 했다”며 “평소에는 눈이 가렵고 코가 막히다가, 특정 작업을 한 날은 갑자기 어지럽거나 두드러기가 올라오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C씨는 “같은 라인에서 일하는 동료들도 비슷한 증상을 자주 겪지만, 병원에서는 진단명이 명확하지 않아 대부분 그냥 ‘알레르기 체질’이라 치부하고 넘어간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들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보건체계에서 항생물질의 흡입 노출에 따른 면역계 이상을 평가하거나 감시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는 점이다. 건강검진 항목 중 면역계 기능 평가는 전무하며, 흡입형 항생물질이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하는 공정별 위험도 분석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그 결과, 해당 질환은 일반 질병과 혼동되어 치료가 지연되거나, 장기적인 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면역계 이상은 피로감, 소화불량, 두통 등 애매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항생물질 면역 증후군, 특이질병으로 공식 지정 필요

 ‘항생물질 흡입성 면역 이상 증후군’은 제약 산업이라는 특수한 작업환경, 항생제 분말의 비산이라는 노출 경로, 그리고 반복되는 면역 교란 반응이라는 특징을 모두 갖춘 복합 특이질병이다. 이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산업 현장에 대한 제도적 대응을 하기 위해선 다음의 조치가 시급하다. 첫째, 항생물질 분말을 취급하는 작업자의 건강검진 항목에 면역계 기능 평가(면역글로불린 수치, 림프구 분석 등)를 포함해야 한다. 둘째, 작업장 내 공기 중 항생물질 농도 측정 및 실시간 공기질 감시 시스템 도입, 흡입 노출 방지 설비 강화가 필요하다.

 

 셋째, 면역 이상 반응이 보고된 작업자에 대해 자가면역 패널,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석, 알레르기 유발검사 등의 정밀 진단이 가능하도록 의료기관 연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넷째, 이를 기반으로 질병코드를 신설하고, 산재 적용 범위에 면역계 질환을 포함시키는 정책 개정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제천 제약단지와 같은 특정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유사 질환이 발생한다면, 역학조사를 통해 그 질환을 ‘지역 기반 특이질병’으로 공식화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 질환은 단지 개별 근로자의 건강 문제가 아니라, 제약산업 전체의 안전성과 직결된 구조적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약을 만드는 손끝에서, 면역이 무너지고 있다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