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가 점점 좁아지는 병의 실체
성문하 협착(Subglottic Stenosis)은 목 안의 후두부, 즉 성대 바로 아래에 위치한 ‘성문하’ 부위의 기도가 비정상적으로 좁아져 호흡 곤란과 발성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 부위는 기도의 가장 좁은 구간 중 하나로, 호흡 시 공기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필수 통로이기 때문에, 작은 협착이라도 호흡 기능에 큰 영향을 준다. 성문하 협착은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눌 수 있다. 선천성 성문하 협착은 태아 발달 과정에서 기도의 연골과 점막 구조가 비정상적으로 형성되어 출생 직후부터 증상이 나타나며, 울음이 약하거나 거친 숨소리, 청색증(산소 부족으로 피부가 푸르게 변함) 등이 관찰된다.
반면 후천성 성문하 협착은 외상, 장기간 인공호흡기 삽관, 후두 감염, 화상, 자가면역질환 등으로 기도 점막이 손상되고 흉터가 형성되면서 발생한다. 특히 신생아 중환자실(NICU)에서 인공호흡기를 장기간 사용한 미숙아들이 후천성 성문하 협착의 고위험군으로 알려져 있다. 성문하 협착은 초기에 단순한 감기나 기관지염으로 오인될 수 있으며, 호흡음이 점차 거칠어지고 운동 시 호흡 곤란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진행성 특성 때문에 조기 진단이 환자의 생존과 직결된다.
원인과 발병 기전
성문하 협착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는 성문하 부위 점막과 연골의 손상이 주요 발단이다. 장기간 삽관이나 기관 절개관 사용 시, 튜브가 기도 점막에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해 혈류가 줄어들고, 조직 괴사가 발생한다. 이후 치유 과정에서 과도한 섬유화가 일어나 기도 내경이 좁아진다. 감염 역시 중요한 원인이다. 세균성 또는 바이러스성 후두염이 심해져 점막 부종과 궤양이 생기면, 회복 후 흉터가 남아 협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 중에서는 육아종증 다발혈관염(Granulomatosis with Polyangiitis) 같은 희귀 염증성 질환이 성문하 부위를 침범해 협착을 만들기도 한다. 드물게는 성대 부근의 종양, 외부 충격, 화상, 방사선 치료 후 부작용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선천성의 경우, 태아 시기 성문하 연골이 과도하게 발달하거나 점막이 두꺼워져 발생하며, 다른 선천성 기도 기형과 동반되기도 한다. 병리학적으로는 협착 부위에 콜라겐 섬유가 비정상적으로 축적되어 탄성이 떨어지고, 기도 직경이 평균보다 현저히 줄어든다. 기도 직경이 정상의 50% 이하로 줄어들면 경미한 활동만으로도 숨이 차며, 30% 이하로 좁아지면 휴식 시에도 호흡 곤란이 발생하고 응급 처치가 필요하다.
증상과 진단 과정
성문하 협착의 대표 증상은 천명음(stridor)이라고 불리는 거친 호흡음이다. 이는 기도가 좁아져 공기가 통과할 때 생기는 고음의 휘파람 소리 같은 소리로, 특히 숨을 들이마실 때 잘 들린다. 초기에는 운동 시나 울 때만 나타나지만, 진행되면 안정 시에도 지속된다. 그 외에도 만성 기침, 목소리 변화(쉰 목소리), 삼킴 곤란, 반복적인 하기도 감염이 동반될 수 있다. 유아와 소아의 경우, 먹거나 울다가 얼굴이 파래지는 청색증 발작이 발생할 수 있다. 진단은 먼저 환자의 병력과 증상을 면밀히 파악한 뒤, 후두내시경으로 성문하 부위를 직접 관찰한다. 내시경에서 기도 직경이 줄어든 범위, 점막 상태, 흉터나 육아종의 유무를 확인한다. 필요 시 CT나 MRI로 협착 길이와 주변 구조 변화를 평가하며, 기도 직경을 정량화해 중증도를 분류한다. 가장 널리 쓰이는 분류는 Myer-Cotton 분류로, 기도 폐쇄 정도에 따라 14등급으로 나눈다. 1등급(050% 폐쇄)은 경미하고, 4등급(100% 폐쇄)은 완전 폐쇄로 즉각적 기도 확보가 필요하다.
치료와 장기 관리
성문하 협착의 치료는 협착 정도와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경미한 경우에는 관찰과 약물치료로 염증과 부종을 줄이고, 증상 악화를 방지한다. 스테로이드 흡입제, 점액 용해제, 항생제가 사용되며, 알레르기나 역류성 식도염이 원인일 경우 이를 함께 치료한다. 중등도 이상의 협착에는 내시경적 기도 확장술이 시행된다. 이때 레이저나 미세 절삭기를 이용해 흉터 조직을 제거하고, 풍선 확장 기구를 넣어 기도를 넓힌다. 그러나 재협착 가능성이 있어, 일부 환자는 반복 시술이 필요하다. 심한 협착이나 재발이 잦은 경우에는 기관 절개술이나 성문하 재건술(Laryngotracheal Reconstruction, LTR), 윤상연골 절개술(Cricotracheal Resection, CTR) 같은 개방 수술이 시행된다. LTR은 갈비 연골 등 자가 조직을 이용해 기도 벽을 확장하는 방법이고, CTR은 협착 부위를 절제하고 건강한 기도를 연결하는 방법이다. 수술 후에도 장기적인 관리가 필수로, 환자는 수개월~수년간 정기 내시경 검사와 호흡 재활을 받아야 한다. 재발 방지를 위해 기도 점막을 자극하는 흡연, 먼지, 강한 향,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피하고, 호흡기 감염 예방을 위해 독감·폐렴 백신 접종이 권장된다. 소아 환자의 경우, 성장에 따라 기도 구조가 변하기 때문에, 성인이 될 때까지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수술 후 재협착을 줄이기 위해 약물 코팅 스텐트와 재생 의료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약물 코팅 스텐트는 협착 부위에 장기간 약물을 방출해 염증과 섬유화를 억제하며, 재생 의료 기술은 줄기세포를 활용해 손상된 기도 점막을 복원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신기술은 아직 임상시험 단계이지만, 기존 치료의 한계를 보완할 가능성이 높아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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