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질병

특이질병 리포트: 먹은 걸 토하는 게 아니라, 씹지도 못하는 병 – '연하곤란증(Oropharyngeal Dysphagia)'

sudi-news 2025. 8. 9. 07:10

 

음식을 삼키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누구에게나 음식을 먹는 행위는 일상적인 일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평범한 행위가 고통과 두려움의 연속이 된다. 연하곤란증(Oropharyngeal Dysphagia)은 음식을 입에 넣고 씹은 뒤, 목을 지나 식도로 넘기는 과정에서 심각한 장애가 생기는 특이질환이다. 이 질환을 가진 사람은 음식을 삼키는 과정에서 사래가 자주 들리거나, 음식물이 코로 역류하거나, 심한 경우 기도로 흡입되어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 음식 섭취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체중 감소와 영양실조, 심리적 위축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연하곤란증, 삼킴이 너무 힘든 특이질병

 

 연하곤란은 단순히 ‘목이 잘 안 넘어간다’는 느낌 이상의 문제다. 신경과 근육, 해부학적 구조물들이 정밀하게 협력해야 하는 연하 작용은 뇌와 말초신경, 근육 기능이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하다. 따라서 뇌졸중, 파킨슨병, 다발성 경화증,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등 신경계 질환이나, 두경부 수술·방사선 치료 이력 등으로 인해 이 기능이 무너지면 연하곤란증이 나타난다. 일부 고령자는 별다른 병력이 없어도 연하 기능 저하가 자연스럽게 진행되며, 이는 노화에 따른 생리적 변화로 간주된다. 문제는 이 과정이 서서히 진행되어 환자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잦은 기도 흡인과 폐렴이 반복되며 악화된다는 점이다.

 

연하 단계의 복잡성, 문제는 어디서 생기나

 연하곤란증은 크게 구강단계, 인두단계, 식도단계로 나눠진다. 구강 단계에서는 음식을 씹고 삼킬 준비를 하며, 인두 단계에서는 목젖을 닫아 음식물이 기도로 가지 않도록 하고, 식도 단계에서는 음식물을 위장으로 안전하게 보낸다. 이 중 연하곤란증은 주로 인두 단계에서의 문제로 발생하며, 여기에 속하는 경우 ‘Oropharyngeal Dysphagia’로 분류된다. 이 단계에서는 혀, 연구개, 후두개, 후두, 인두 근육, 상부 식도괄약근(UES)이 관여하며, 하나라도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삼키는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가장 흔한 증상은 음식을 삼킬 때 목에 걸리는 느낌, 잦은 사래, 기침, 음식물의 코 역류 등이다. 일부 환자는 음식을 먹는 데 두려움을 느껴 식사를 기피하고, 침을 삼키는 것조차 힘들어지며, 타액이나 음식물이 흘러 입 주변이 젖는 경우도 있다. 기침 반사가 약한 고령자나 중풍 환자에게서는 무증상 흡인(silent aspiration)이 발생해 자각 없이 반복적으로 폐로 음식이 들어가면서 흡인성 폐렴으로 이어진다. 이 경우 원인을 찾지 못한 폐렴이 반복되며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잦아지고, 전신 상태도 빠르게 악화된다. 이처럼 연하곤란증은 겉으로 보기에 사소해 보이지만, 전신 건강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복합 질환이다.

 

진단에는 정밀한 검사와 관찰이 필요하다

 연하곤란증은 정확한 원인 파악과 병소 위치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병원에서는 먼저 문진과 신경학적 검사, 구강 구조 및 인두 근육 기능 평가 등을 통해 의심되는 연하장애 여부를 파악한다. 이후 진단을 확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인 검사법이 비디오투시연하검사(VFSS, Videofluoroscopic Swallowing Study)와 섬유내시경연하검사(FEES, Fiberoptic Endoscopic Evaluation of Swallowing)이다.

 

 VFSS는 다양한 농도의 바륨 혼합 음식을 먹게 하면서 X-ray로 삼키는 과정을 촬영하는 방식이며, 기도로 흡인되는지 여부, 어느 단계에서 정체가 생기는지 등을 매우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FEES는 내시경을 코로 삽입하여 실제 인두와 후두의 움직임을 직접 관찰하며, 특히 기도 보호 기능과 후두개 닫힘 정도, 음식물의 분포 등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식도내압검사, 근전도 검사, 삼킴 근육의 초음파 평가 등이 병행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단 자체보다, 이를 통해 정확한 치료 전략을 수립하고 환자에 맞는 맞춤형 재활을 진행하는 것이다.

 

연하재활과 영양관리, 삶의 질을 회복하는 길

 연하곤란증은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과 동시에, 연하 기능 자체를 재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재활 방법은 삼킴 훈련, 입술·혀·인두 근육의 근력 강화 운동, 후두 올리기 운동, 저작 훈련 등이다. 이를 위해 물리치료사, 언어치료사, 작업치료사, 영양사 등 팀을 이루는 다학제적 접근(multi-disciplinary approach)이 필수적이다. 환자의 연하 수준에 따라 경구식이, 점도 조절식이, 경관 영양, 위루술 등이 선택되며, 음식의 농도와 질감을 조절하는 전략이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다시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 음식을 삼키는 것은 단순한 생리작용이 아니라 사회적, 심리적, 정서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식사를 포기하고 튜브로만 영양을 섭취하는 생활은 자존감과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한 한 경구 섭취를 유지하고, 위험을 관리하면서도 즐겁게 먹는 경험을 회복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 목표다. 또한 흡인을 막기 위해 자세 조절, 식사 전후 체위 유지, 식사 속도 조절 등 생활 습관 교정도 병행되어야 한다.

 

고령사회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연하곤란증은 단지 신경계 질환 환자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러운 근육 약화와 감각 둔화로 인해 노인성 연하곤란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는 의료·돌봄 시스템 전반의 질적 개선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특히 요양병원, 요양원 등 장기요양기관에서는 연하 기능 평가 없이 일반 식사를 제공하거나, 흡인을 방치해 반복 폐렴으로 악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치료 비용, 입원 기간, 사망률까지 높아지며, 사회적 부담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의료기관뿐 아니라 가족과 보호자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노인이 밥을 잘 못 먹는다고 해서 식욕이 없는 것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 속에 연하곤란이라는 숨겨진 원인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질병 관리와 재활 치료의 출발점이 된다. 더불어 병원에서는 연하평가를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재활의학과·이비인후과·신경과 간의 협진체계를 강화해 통합적인 치료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연하곤란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특이질병이며, 조기에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한다면 삶의 질을 회복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질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