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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질병 케이스파일: 얼굴이 마비되는 순간, '람세이헌트 증후군'(Ramsay Hunt Syndrome) 갑작스러운 얼굴 마비의 공포 어느 날 아침, 거울을 보던 한 사람이 자신의 얼굴 한쪽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발견한다. 눈이 감기지 않고, 입꼬리는 축 처졌으며, 물을 마시면 입 한쪽으로 줄줄 흘러내린다. 흔히 이런 증상을 보고 사람들은 ‘벨마비(Bell’s palsy)’를 떠올리지만, 유사한 안면신경마비 증상을 보이는 또 다른 질환이 있다. 바로 람세이헌트 증후군(Ramsay Hunt Syndrome)이다. 이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가 얼굴신경을 침범해 발생하는 신경계 감염 질환이다. 전형적인 증상은 안면 마비와 함께 귀 안팎의 물집, 통증, 청력 저하, 이명, 균형감각 장애 등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람세이헌트 증후군은 1907년 신경학.. 2025. 8. 7.
특이질병 리포트: 땀이 멈추지 않는 병, '국소 다한증' (Focal Hyperhidrosis) 일상은 “미끄러운 손바닥”에서 시작된다 국소 다한증은 체온 조절에 필요한 범위를 훨씬 넘어선 땀 분비가 손바닥·발바닥·겨드랑이·얼굴 등 특정 부위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희귀성 자율신경 질환이다. 전 세계 유병률은 1 ~ 3 %로 추정되지만, 경미한 경우에는 병으로 인식하지 못해 보고율이 낮다. 환자 대부분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볼펜이 미끄러져 글씨가 번지는 경험”이나 “게임기를 잡자마자 버튼이 젖는 당혹감”을 겪으면서 자신의 몸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땀샘 자체에 구조적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뇌-척수에서 땀샘으로 향하는 교감신경이 외부 자극에 과도하게 흥분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긴장이 조금만 높아져도 분비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밤에는 멀쩡하지만 낮에는 홍수가 터지는 듯한 .. 2025. 8. 6.
특이질병 탐구노트: 혈관이 무너지는 병, '유전성 출혈성 모세혈관확장증'(HHT) 피가 멈추지 않는 사람들 하루에 수차례 코피가 터지고, 아무런 외상 없이 혀와 잇몸에서 출혈이 일어나며, 피가 소화관으로 스며들어 만성 빈혈을 유발한다면 어떤 병을 의심해야 할까. 단순한 지혈장애나 혈소판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흔히 간과되는 희귀 유전질환인 '유전성 출혈성 모세혈관확장증(Hereditary Hemorrhagic Telangiectasia, 이하 HHT)'일 가능성이 있다. HHT는 전 세계적으로 약 5,000~8,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으로, 출생 직후나 청소년기 이후부터 서서히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반복적인 코피이며, 심할 경우 하루 수십 차례 이상 출혈이 발생해 일상생활이 어렵게 된다. 이 질환은 혈관 벽을 구성하는 조직이 .. 2025. 8. 6.
특이질병 탐구노트: 뼈가 사라지는 병, '고를린 증후군'(Gorham-Stout Disease) 눈에 보이지 않게 사라지는 뼈의 비밀 뼈는 인체를 구성하는 가장 단단한 조직 중 하나다. 하지만 세계 어딘가에서는 스스로 녹아 사라지는 뼈로 인해 서서히 신체가 무너져 내리는 희귀질환을 겪는 이들이 있다. 바로 '고를린-스타우트 병(Gorham-Stout Disease)', 일명 ‘소멸성 골질환(Vanishing Bone Disease)’이라 불리는 희귀 질환이다. 이 병은 신체의 특정 부위에서 시작된 골조직이 서서히, 자발적으로, 원인 불명으로 흡수·소실되는 진행성 질환이다.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부위는 갈비뼈, 척추, 골반, 턱, 어깨, 대퇴골 등이며, 양측성 또는 다발성 병변도 가능하다. 고를린 증후군의 가장 극적인 특징은 골조직이 완전히 사라진 자리에 정상 뼈가 아닌 섬유성 연조직 또는 비정상.. 2025. 8. 6.
특이질병 케이스파일: 얼굴을 잃는 병, '털곰팡이증'(Mucormycosis) 괴사로 무너지는 얼굴, 갑작스레 시작된 파괴 2021년 인도에서는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에 이르던 시기에 기이한 뉴스가 쏟아졌다. 바이러스 감염 이후 살아난 환자들의 얼굴에서 피부가 썩어들어가고, 눈이 붓고, 코뼈가 붕괴되는 증상이 보고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털곰팡이증(Mucormycosis)'이다. '블랙 파진(Black Fungus)'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이 병은, 일종의 급성 진균 감염성 질환으로, 털곰팡이과(Mucorales)에 속한 곰팡이가 신체 깊숙이 침투하여 조직을 괴사시키는 질병이다. 주로 부비동, 안구, 뇌까지 빠르게 전파되며, 안면 조직이 손상되거나 제거되는 일도 드물지 않다. 털곰팡이증은 대개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에게서 발병한다. 특히 장기간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코로나.. 2025. 8. 5.
특이질병 리포트: 피부가 녹아내리는 병, '스티븐스-존슨 증후군(Stevens-Johnson Syndrome)' 갑작스럽게 무너지는 피부 장벽 건강하던 사람이 감기약을 복용한 지 이틀 만에 입안이 헐고, 눈이 붓고, 피부에 수포와 열감이 생긴다. 며칠 뒤, 그 수포는 점차 전신으로 퍼지며 피부가 벗겨지고, 열이 오르고, 호흡까지 어려워진다. 이처럼 급성 피부·점막 괴사성 병변으로 시작되는 희귀 질환이 바로 '스티븐스-존슨 증후군(Stevens-Johnson Syndrome, 이하 SJS)'이다. SJS는 주로 약물 반응이나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중증의 면역 과민반응으로, 전신 피부의 약 10% 이하가 벗겨지는 형태를 말하며, 그 이상 진행될 경우 독성표피괴사용해(Toxic Epidermal Necrolysis, TEN)로 분류된다. 이 질환은 응급질환이며, 전신적 염증 반응과 함께 피부, 점막, 안구, 호흡기, .. 2025.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