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특이질병89

특이질병 케이스 리포트: 자는 동안 몸이 마비되는 병, '주기성 마비 증후군'(Periodic Paralysis Syndrome) 깨어나도 움직일 수 없는 아침 아침에 눈을 떴지만, 온몸이 마비되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면 어떤 느낌일까. 몸은 멀쩡한 것처럼 보이지만, 뇌의 명령이 사지로 전달되지 않는 그 순간, 사람들은 극심한 공포에 빠진다. 이는 단순한 ‘잠에서 덜 깼다’는 상태가 아니라, 실제로 근육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희귀질환, '주기성 마비 증후군(Periodic Paralysis Syndrome, PPS)'의 증상일 수 있다. 이 질환은 칼륨, 나트륨 등의 이온 농도 변화에 따라 신체의 근육세포가 정상적인 전기 자극을 전달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근육 수축 기능이 갑자기 마비되는 신경-근육계 질환이다. 이 병은 대개 아침 기상 직후, 또는 운동 후 휴식 시, 과식 직후 등 특정 상황에서 발현되며, 수분에서 수 시.. 2025. 8. 4.
특이질병 탐구생활 : 돌연 생긴 외국 억양, '포린 액센트 증후군' 내 목소리가 나 같지 않다 아무런 해외 경험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영국 억양으로 말하기 시작하거나, 한국어를 계속 쓰고 있지만 발음이 외국인처럼 바뀌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바로 이러한 기이한 언어적 변화가 나타나는 신경계 질환이 '포린 액센트 증후군(Foreign Accent Syndrome, FAS)'이다. 이 질병은 사고, 뇌졸중, 뇌염, 두부 외상 등 뇌에 손상을 입은 뒤 발음 패턴이 바뀌면서, 마치 외국인의 억양처럼 들리는 증상이 특징이다. FAS는 매우 희귀한 질환으로 전 세계에서 약 100건 정도만 공식적으로 보고되었고, 국내에서는 극소수 사례가 소개되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병 전과 후의 말투가 확연히 달라졌음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으며, 본인은 분명히 같은 언어를 쓰고 있음에도 주.. 2025. 8. 4.
특이질병 탐사기획: 피부가 비늘로 뒤덮이다, '할레퀸 각피증' 출생과 동시에 위기를 마주하는 아이들 출생 직후, 아기의 온몸이 딱딱하게 갈라진 갑옷 같은 피부로 뒤덮여 있고, 눈꺼풀과 입술이 심하게 뒤틀린 채 움직임조차 제한된 모습이라면, 의료진은 즉시 중환자 대응 체계를 가동한다. 이처럼 극단적인 피부 변형을 보이는 신생아는 '할레퀸 각피증(Harlequin Ichthyosis)'이라는 치명적인 유전성 피부질환을 가지고 태어난다. 이 질환은 피부의 각질층이 정상보다 수십 배 이상 두꺼워지는 것이 특징으로, 격자형의 깊은 틈이 생기고, 피부의 경직으로 인해 호흡, 수유, 체온조절 등 생존에 필요한 기본 기능마저 어렵게 만든다. ‘할레퀸’이라는 이름은 중세 유럽 희극에 등장하는 마름모 무늬 의상을 입은 광대 캐릭터에서 유래했다. 병변의 격자형 갈라짐이 이 복장을 연.. 2025. 7. 31.
특이질병 케이스파일: 근육이 뼈로 바뀌는 병, '진행성 골화섬유이형성증'(FOP) 움직일수록 뼈가 되는 몸 누구에게나 뼈는 생명을 지탱해주는 기본 구조물이지만, 만약 움직일수록 근육과 힘줄이 뼈로 변해버린다면 그 뼈는 생명을 가두는 족쇄로 전락한다. 바로 이런 상황에 놓이는 질환이 '진행성 골화섬유이형성증(Fibrodysplasia Ossificans Progressiva, FOP)'이다. 이 희귀병은 신체의 연부 조직 (근육, 인대, 힘줄, 심지어 피부 아래 결합조직 등)가 점진적으로 골조직으로 전환되는 극단적인 유전성 질환이다. 가장 처음 나타나는 증상은 대개 생후 10세 이전의 어린 시절에 발견되며, 감기나 근육 타박상 이후에 해당 부위가 단단하게 굳는 현상으로 시작된다. 이는 단순한 근육통처럼 보일 수 있어 진단이 지연되기 쉽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척추, 목, 어깨, .. 2025. 7. 31.
특이질병 다큐: 작은 세상이 거대해지는 '앨리스 증후군' 내가 작아졌을까, 세상이 커졌을까? 누군가가 갑자기 손을 뻗었는데, 그 손이 자신의 몸보다 커 보였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방금까지 걷던 복도가 갑자기 운동장만큼 멀어졌다고 느낀다면, 혹은 자신의 머리가 엄청나게 커지거나 몸이 작아졌다고 느낀다면? 이런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감각을 실제처럼 경험하게 만드는 신경질환이 있다. 그것이 바로 앨리스 증후군(Alice in Wonderland Syndrome, AIWS)이다. 이 질병의 이름은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착안되었다. 소설 속 앨리스가 몸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거나, 사물이 왜곡되어 보이는 장면과 유사한 증상이 실제 환자에게서 관찰되었기 때문이다. AIWS는 일종의 지각왜곡 신경장애로, 환자는 자신의 몸, 시간, .. 2025. 7. 30.
특이질병 집중조명 : 몸이 코끼리가 되는 병, '림프필라리아증'의 진실 ‘코끼리병’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 림프필라리아증(Lymphatic Filariasis)은 흔히 ‘코끼리병(Elephantiasis)’으로 불리는 열대성 기생충 질환이다. 주로 피부와 피하조직이 비정상적으로 부풀고 단단해지며, 특히 다리나 생식기 부위가 거대하게 부어오르는 극심한 부종이 특징이다. 실제로 환자의 팔다리나 음낭이 수십 킬로그램까지 부풀기도 하여 외형상 코끼리의 다리를 연상케 하며, 이로 인해 차별적 별칭이 붙은 것이다. 그러나 이 병의 진짜 문제는 단순한 외형 변화가 아니라, 그 안에 숨어 있는 기생충 감염에 의한 림프계 파괴이다. 림프필라리아증은 모기 매개 기생충인 사상충(Filarial worms)에 의해 발생한다. 이 기생충은 사람의 림프관에 침투해 성충으로 성장하며, .. 2025. 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