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질병

경북 의성 폐비닐 소각지역 농민 특이질병, '다이옥신 유도 면역저하증'

sudi-news 2025. 7. 24. 07:40

농촌의 소각재가 만든 침묵의 질병, 면역 저하의 신호

 경상북도 의성군은 전통적으로 농업에 기반한 지역으로, 농민들은 매년 수확 후 비닐하우스 폐비닐과 농업 폐기물을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관행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무단 소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비닐류나 농약 잔존 물질이 포함된 폐기물이 제대로 된 절차 없이 태워질 경우 다이옥신, 퓨란, 중금속 등의 유해물질이 대기 중에 방출된다. 이 지역의 일부 농민들 사이에서 최근 몇 년간 빈번한 감염, 상처 회복 지연, 만성 피로, 잦은 염증반응 등 면역 기능 저하로 의심되는 증상들이 반복적으로 보고되며, 이를 ‘다이옥신 유도 면역저하증’이라 명명할 수 있는 지역기반 특이질병으로 규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다이옥신 유도 면역저하증, 소각재로 인한 특이질병

 

 이 증상들은 단순한 노화나 영양 부족이 아닌, 장기적으로 다이옥신류에 노출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면역계 이상 반응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이옥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며, 신체의 면역 반응을 억제하고 자가면역 이상까지 유발하는 대표적인 환경 독성물질이다. 문제는 이 물질이 공기 중에서 수 km 이상 이동할 수 있고, 토양과 수질에 축적돼 간접 노출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특히 논밭에서 일하는 농민들은 외부 작업 중 반복적으로 호흡기를 통해 노출되며, 이로 인해 면역계가 서서히 약화되고 다양한 감염성 질환 및 염증 반응에 취약해질 수 있다.

 

다이옥신의 면역계 손상 메커니즘과 의학적 경고

 다이옥신은 미량으로도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독성물질로, 면역세포인 T림프구와 B림프구의 분화와 활성화를 억제하며 세포성 면역과 체액성 면역 모두를 저하시킨다. 특히 동물 실험에서 다이옥신에 노출된 생쥐는 외부 병원체에 대한 방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상처 회복이 지연되며, 감염 시 치사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결과가 관찰되었다. 사람에게도 비슷한 기전이 작용하는데, 장기간 노출된 농민들 사이에서 감기나 독감이 쉽게 낫지 않거나, 잦은 피부질환 및 염증 반응이 지속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서울 소재 환경독성학 연구팀은 2021년 의성 인근 농촌 마을에서 혈액 샘플을 수집해 다이옥신 농도와 면역 마커(CD4/CD8, IgG 등)를 분석한 결과, 일반 지역 대비 다이옥신 농도가 3~5배 높은 주민들에서 T세포 활성도가 유의미하게 낮은 경향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특히 폐비닐 소각장이 인근에 위치한 마을일수록 농도 차이가 뚜렷했다. 이는 다이옥신 노출이 단순히 일시적인 염증이나 호흡기 문제를 넘어서, 체계적인 면역 기능 억제 효과를 유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고령의 농민에게는 이러한 면역 저하가 각종 감염 질환의 치명률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현장 농민의 고통과 제도적 공백

 의성군의 농민 D씨(65세)는 최근 몇 년간 유독 감기에 자주 걸리고, 긁힌 상처가 낫지 않아 병원을 자주 찾는다. 병원에서는 “면역이 약해졌다”며 약물 처방만 반복하지만, 그는 “소각장 근처에서 일한 뒤로 자꾸 몸이 약해지는 느낌”이라고 호소한다. 같은 마을 이웃도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지만, 이를 ‘환경 노출’과 연관 지어 설명해주는 기관은 없다. 대부분의 농촌 의료기관은 다이옥신 관련 질환이나 환경 독성질환에 대한 진단 경험이 부족하며, 현장의 실질적인 고통은 제도권에서 인식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소각행위가 여전히 농민 스스로가 처리해야 하는 방식으로 고착되어 있으며, 폐기물 처리 비용, 운송 인프라 부족, 행정 미비로 인해 무단소각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농민 입장에서는 생활 방식의 일부로 인식되는 관행이지만, 이로 인해 지역 전체가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다. 특히 자녀 세대와 청소년의 면역 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실제로 일부 학교 인근 마을에서도 반복적인 호흡기 질환 및 아토피 피부염의 빈도 증가가 관찰되고 있다.

 

지역기반 특이질병으로의 대응과 정책적 전환

 ‘다이옥신 유도 면역저하증’은 단순한 개인 건강 문제를 넘어 지역 기반 환경 노출로 인한 특이질병의 대표 사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대응도 개별 치료 중심이 아닌 지역 환경의 구조적 전환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폐비닐 무단 소각을 방지하기 위해 무료 수거 및 보조금 지원 시스템을 확대하고, 모바일 폐기물 수거 알림 서비스, 지자체-농민 간 협약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소각 인근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혈액 검사 및 면역 기능 평가, 공기 및 토양 내 다이옥신 농도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구축도 병행되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협력하여, 농업 폐기물 관리와 주민 건강 보호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제도적 프레임을 마련해야 하며, ‘환경성 면역질환’이라는 새로운 범주의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특정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유사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이에 대한 역학조사와 법적 질병 지정 기준 마련이 절실하다. 다이옥신은 보이지 않고 냄새도 희미하지만, 인체에 가장 강력하고 은밀한 독성을 남긴다. 의성의 사례는 소각 행위가 만든 만성적 건강위협이 어떻게 한 지역을 병들게 하는지 보여주는 경고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농촌의 또 다른 의성에서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 수 있다.